가로막힌 삶 속에서 대안을 찾는 조금 다른 산책
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모두 운행되는 쇼핑센터의 비상계단에서 관람이 시작된다.
사람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소외된 비상계단은 수직산책로가 된다.
마치 이동 범위가 제한된 우리의 지금을 닮은 이 계단은 흙, 물, 나무, 정원, 바람 등 건물 밖의 것들을 안으로 들이며,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각으로 공간을 바라보고 걷기를 제안한다.
<수직산책>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생활이 권고되며 고안한 대안적 ‘산책’이다.
다방구 밴드는 장소체험기록공연 <사적인 문장(2016)>을 통해 누군가의 시간을 길 위에 기록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.
도시의 길을 걷다 보면 지금은 사라져 없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였던 곳에 비를 세워 그 장소를 기리고 있는 것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.
장소체험기록공연 <사적인 문장>은 그 장소에 문자로 기록되지 않았으나 겹겹이 쌓여 있을 수많은 이들의 시간을 감각하며 지금 현재, 그 길 위에 있는 나의 시간을 소리로 기록한다.
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지속적인 진동과 함께 영원히 그 곳에 머문다.
2016년 정동길 위를, 2017년 서계동, 만리동, 약현동, 염천교 서울역 인근 길을 걷고 혹은 머물렀다.
2020년에는 과천의 어느 건물을 수직으로 오가며, 새로운 기록이자 공연 <수직산책>을 통해 과천의 시민들을 만난다.